

영혼이란 태초부터 축복받은 존재인 신의 작품, 인간에게만 소유가 허락된 영생과 생명의 조건을 말한다.
때문에 영혼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고, 영혼을 가지지 않은 인간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다.
즉, 영혼은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그들의 상징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영혼을 통해 윤회의 굴레에 종속되고, 영혼이 존재하는 한 영생을 살 수 있다.
허나, 윤회의 굴레에 종속된 이상 신선(神仙)이 될 수는 없다.
영혼은 인간에게 욕심을 부여한다. 때문에 그들은 서로 다투고 경쟁하여 업(業)을 쌓는다.
이 업은 선행을 통해 씻어낼 수 있으며, 최후에는 그 양에 따라 극락문과 지옥문 중 어떤 문이 열릴지 결정된다.



한 인간이 가지는 영혼의 색은 제각각이 다르다. 허나 인간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많기 때문에 비슷한 색이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그중 가장 깨끗하고 순수한 영혼의 색이 바로 투명이다.
이 투명한 영혼은 거울이 상을 비추듯 그 어떤 색으로도 손쉽게 물들 수 있기에 대체로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나,
그만큼 타인에게 물들여진 색을 떼어내지 못한 채 순수를 잃어 자아를 확립하기가 어렵다.
투명하고 깨끗한 영혼인 상태로 자아를 확립한 채 살아가는 인간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희귀한 축에 속한다.
이 투명한 영혼은 그 어떤 영혼보다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에 악귀들에게 가장 먼저 노려지곤 한다.
영혼은 곧 극락의 재산이며, 한번 사라진 영혼은 다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영혼을 취하거나 해하려는 최악의 악귀는 저승사자 중에서도 감시팀의 제1 소탕 대상이 된다.

영혼을 갖고 있지 않은 것들을 통틀어 귀신(鬼神)이라 한다.
이중 영혼을 가진 인간을 만든 귀신 창조신(創造神/옥황), 그 영혼을 관리하는 귀신 살생신(殺生神/염라),
득도하여 깨달음을 얻고 영혼의 굴레에서 벗어난 신수(神獸)와 신선(神仙)을 가지고 흔히들 신(神) 이라 부르며 칭송한다.
그보다 상대적으로 지능이 떨어지고 힘이 약해 어리석고 아둔한 잡귀와 같은 것들을 귀(鬼)라 부른다.
여기서 귀(鬼)는 두 족속으로 나눌 수 있는데, 바로 선귀(善鬼)와 악귀(惡鬼)이다.
선과 악은 귀한 인간에 대한 태도를 기준으로 나뉜다.

선귀(善鬼)
선귀는 대개 인간에게 호의를 보이며
이름 그대로 선을 베푼다.

악귀(惡鬼)
반대로 악귀는 대개 인간에게 호의적이지
않으며 인간을 못살게 굴거나 그 영혼을 해한다.
귀(鬼) 가 되는 경우는 다양하다. 자연물에 인간의 영혼이 남긴 잔상이나 사념이 깃들어 만들어지기도 하고,
인간의 영혼이 그를 담을 그릇 없이 저승으로 가지 않고 이승에 남아 돌아다니는 경우,
인간이 악귀에게 혼을 빼앗겨 혼을 담는 껍데기(몸뚱아리)만 남았을 경우 또한 모두 귀로 구분한다.